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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가 사는 세상
어머니

아들

by 김대머리 2016. 10. 12.

 

저녁 식사중인데 남자가 딴생각을 안할래야 안할수없는 세상이라고 스무살짜리 딸이 느닷없이 엄마를 바라보며 말했다.

먼 뜬금없는 소리인가 라는 표정을 하던 와이프가 이내 그 말의 내력을 금방 이해하는듯 나를보며 말했다.

"맞는소리지만 난 너희 아빠를 믿는다"

난 직감적으로 어머니가 손녀딸에게 또 필요없는 소리를 했을것이고 그 소리를 딸아이가 재미난듯 엄마 아빠앞에서 말한것이라는것을눈치챌수있었다.

가끔 일이 끝난후 돌아오면 어머니는 밖에서 힘들게 죽어라 일하지도말고 쉬어가면서 하고 집에오면 자식새끼들도 너무 위하지도

말라고하셨다. 심지어 여자친구도 만들어서 집에 일찍 들어오지말고 늦게 들어오라고까지 하셨다.

남자가 그럴수도있는것이고 가정과 자식만 바라보고 네몸 희생해봐야 별로 이득될것이없다고 소곤소곤 나에게 말씀하시곤했다.

참 아이러니다.

과거 당신의 남편이 그래도 이해하고 넘어가셨을까?

비록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어머니는 아버지때문에 상당히 고생이 심하셨고 아들만을위한 할머니와도 별로 좋지않았다.  

기억나길 여느때처럼 저녁늦게 아버지가 들어오시면 할머니는 어머니보다 먼저 부억에 가셔서 반찬을 만들고 국을 끓이셨고 포개져있는 이불더미속에서 따뜻하게 보온된 밥공기를 빼시곤하셨다. 어머니는 고작해야 아버지의 웃도리를 받아들고 조그만 밥상이나 펴는게 고작이었으며 고생한 신랑에게 따뜻한 밥한공기 못차리게한 시어머니가 야속하셨을것이다.

나역시 어린마음에 아버지가 좋아서 쪼르르 달려가 식사하시던 아버지의 무릅에 앉아있었는데 아버지의 채취도 좋았을뿐더러 아버지가 젓가락으로 떠 먹여주는 생선살이 맛있기도해서였다.아버지가 생선을 나에게 주시면 할머니는 못내 못마땅한 얼굴로 나를 보시곤 

"이놈아 아버지밥을 뺏어먹냐.어여 느그 엄마한테 가그라" 라고 화를 내시곤하셨는데 그때만큼은 그렇게 다정하고 인자하시던 할머니가 아니셨다.

어느날엔가는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들어가니 어머니가 방에서 쪼그리고 울고계셨고 할머니는 그런 어머니를 아량곳하지않고 크게 나무라시는데 "서방이 그럴수도있고 이럴수도있고 살림을 차렸냐 애를 데리고왔냐. 우리때는 귀먹어리 삼년 벙어리 삼년으로 살았는데 니까짓년이 신랑한테 큰소리쳐서 밖으로 나가게 만드냐" 라고 큰소리를 치시는것이었다.

멀뚱멀뚱 어머니곁으로가니 어머니가 나를보시고 나를 부둥켜않고 더욱 흐느껴우시는데 나도 덩달아 울었다.

나까지 우니 할머니도 당황하셨는지 부지깽이를들고 오시고선 때리는 시늉을하며

"이놈아 왜울어 나가서 니 아버지나 찾아오니라" 

어린마음에 아버지가 또 먼 잘못을 해서 어머니 속을 상하게 하셨다는것을 알아챗지만 이런일은 우리집만의 일도 아니었고 여기 저기

남자가있는 집들은 모두 그랬거니와 여자들의 모습도 어머니와 별반차이가 없어서 그러려니하였다.

세월은 흘렀고 세상도 많이 변했다. 하지만 변하지않는게 하나있다. 여자마음이다. 이건 만고불변의 법칙이자 세상이 끝나고 인류가 사라지지않는이상 절대로 변하지않는다.

남편을 바라보는 여자의 입장.

아들을 바라보는 여자의 입장.

어머니는 아버지와 시어머니에게 그렇게 모질게 서러움을 받았음에도 아버지가 했던 행동을 나에게 하라고 하시고 할머니가 당신에게했던 행동을 와이프에게 하시곤한다. 또 스무살 딸아이는 혹여 사랑하는 남편을 만나면 남자가 딴생각을 안할래야 안할수없는 세상이라고 받아줄수있으며 지 남편에게 한없는 관용과 이해를 할수있을까?

나에게 가정은 부부가 늘 함깨해야하며 어느한쪽이 희생하거나 일을 도맡아서 하게되면 안된다고 말하는 와이프가 어린 아들이 장성해서 장가간후 며느리와 손주들을 위해 죽어라일하고 또 집으로 돌아와서 가사를 분담하는 모습을 본다면 어떤 입장이될까?

아들이라면 좋아서 깜빡죽는 와이프의 모습에서 할머니와 어머니의 모습을 본다.  

여자에게서 아들은 모든것을 망각하게 만들어버린다.

그 어떤 고생이나 설움도 잊게해버리고 심지어 자신의 확고한 삶의 신념은 절대로 변할수없다고 당당하게 나에게 말했던 그 자신감

까지도 아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가차없이 변해버린다.

아가페.

또하나 이번엔 내가 명심해야할것이있다. 물론 이미 알고있고 조심하고있지만 남편을 향한 여자의 마음은 아들을 생각하는 마음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언제 헌신짝처럼 내팽개져질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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