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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어머니와 응급실

by 김대머리 2017. 12. 15.

 

새벽1시쯤 어머니에게서 급한 전화가왔다머리가 아파 어지럽고 금방 쓰러질것같아 근처 병원 응급실에 대려다 달라고 부탁하시는데 이시간이면 아들이 며느리와 침대에서 뒹굴고 희희닥거릴 시간일텐데 그걸 방해해서 미안해하시는 목소리시다.
급작스런 벨소리에 이 야심한 시간에 누가 전화질이냐며 내 가슴을 부드럽게 쓰다듬던 와이프가 짜증을 내는데 내가 어머니라고하니 짐짓놀래면서 그 상황을 이해나 한듯 아마 냉장고에 보관한 오래된 음식을 드셔서 그럴거라 말을하는데 굳이 병원까지 갈필요없을거고 우리집에 보관해둔 상비약인 소화제를 드리면 아무일도 아닐거라며 소화제는 서랍장 두번째 서랍에있다고 어머니에게 갈 준비를하는 나에게 침대에 누워있는채로 그리 급할것도 걱정스러울것도없이 태연스레 말해주었다. 지하 주차장으로 급히 내려가 차를타고 며느리와 함깨있으면 당신도 며느리도 당신자식도 불편하다며 아버님과 사별후 줄곳 홀로 계시는 어머님집으로 향했다.12월 중순이라 매서운 찬바람이 차창밖으로 몰아치는데 가지고있는 재산을 다 나에게 주시고도 더  많이 못주어서 안타까워하시는 어머니가 고작 방한칸 원룸에서 이 매서운 겨울 칼바람소리를 듣고 독수공방 외롭게 주무신다는 생각을하니 바로 얼마전 이런 생각 조차도없이 와이프와 침대 이불속에서 희희닥거렸던 자신이 한심해 깊은 한숨을 허공에 쉬었다.
문을 열고 어머니를 부르니 힘없이 천천히 옷을 갈아입으시며 나를 기다리고있으셨다.
편찮은대가 어디시고 어디가 많이 아프시는지 약은 드셨는지 우선 물어보고 빨리 병원에 가자고 말을 해야하지만 막상 어머니를 보자 마치 내가 의사인양 혹은 와이프인양 어머니에게 저녁밥은 무었을 드셨으며 약은 또 무었을 드셨고 혹여 냉장고속 일전에 집사람이 버리라고 했던 음식을 드셨는지 다그치듯 물어보는데 한편으로 어머니 모습이 그다지 심각하신것 같지않아 늦은 저녁 응급실에가면 비용이 만만치않게 나온다는 걱정이 아프시다는 어머니의 상태보다 앞섰다.
이런저런 나의 걱정아닌 걱정이 정작 당신보다 병원비 라는것을 눈치채신듯 호주머니에서 촘촘히 말린 지폐를 나에게 주시며 이걸로 병원비하면 된다고 나에게 건네주셨다. 어머니를 차에 태우고 급히 병원 응급실에 들어가자 간호사가 다가와 어디가 불편하셔서 오셨는지 묻는데 젊은 의사가 다가와 어머니를 부축하여 병원 침대에 눕혀드리고선 여기저기 검진을하였다.응급실의 젊은 의사는 친절하게 어머니를 안심시키면서 어디가 불편하는지 하나 하나 묻고선 나에게 어머니 상태가 어떤지 짐작은 가지만 좀더 확실하게 검사를 해봐야하니 피검사를 해야하고 복부 X레이를 찍어야한다며 그래도 되는지 보호자인 나에게  물었다.나야 선뜻 내키지않고 노인들이 외롭거나 혹은 그런쪽의 스트레스로 잠시 몸이 불편하든지 아니면 저녁을 드시고 소화불량같은이유로 답답해 하시는것이라는 생각에 적당한 링겔이나 하나 맞고 갔으면했는데 동의를 구하니 그렇게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사실은 이 병원의사가 그들의 수익을위해 쓸때없이 안해도 되는 검사를한다는 불신과 그 불신속에 쓰지않아도 되는 비용이 든다는 불만이 가득이었지만 표현을 할수가없었던것이 어린 간호사가 옆에서 나를보며 어머니가 많이 불편하시는데 당연히 검사를 해야하는것이 아니냐며 내가 허락하는 대답을 하기도 전에 어머니가 누워있는 병원 이동식 침대를 끌고 가버렸다.나야 멀뚱멀뚱 그 상황을 지켜보고 필요한 검사를 하고 나오기만을 기다릴뿐 어떤것도 할수가없었다.이윽고 어머니는 검사를 마치고 돌아오시고 방금 그 간호사가 팔에 링겔주사를 놓아주자 집에서 나올때의 근심이 없어지신듯 한층 안정되어보였고 손수 양말을 벗으시고 담요를 가슴까지 덮었다. 차분해진 어머니 얼굴은 더이상 아들인 내가 필요없는듯 당신을 치료해줄 의사를 바라보며 언제 당신에게와서 어떤말을 해줄지 기다리는 눈치셨다. 아마 아들인 나보다 의사를 더욱 신뢰하신듯하다. 어머니는 늦은 당신의 전화에 짜증과 귀찮음 그리고 병원비와 빨리 진료받게하고 돌아가고픈 아들의 속마음을 눈치 셨기때문일거다. 어머니가 누워있는 침대옆 간이의자에 앉아 링길주사액이 다 흡수되기를 기다리며 스마트폰 검색에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와이프에게서 전화가왔다.
어머니는 괜찮으신지 묻는데 일말의 걱정은 추호도 없는듯하고 예의상 혹은 립서비스 차원의 물음처럼들렸지만 이런 와이프에게 당신은 어머니가 걱정도 안되는지 지금 당장 병원에 와야되는게 아니냐며 큰소리를 칠수없는게 나역시 장모님의 건강에대해 아무런 관심이 없기때문이었다. 졸림과 잠결에 하는 와이프의 전화에 어머니는 괜찮으니 걱정말고 난 좀더 어머니를 보살펴드린후 집에까지 모셔다드리고 돌아가겟다고 말해주었다. 응급실 들어온후 피검사 결과가 1시간30분정도 걸린다했는데 드디어 결과가 나왔는지 젊은 의사가 어머니와 내가있는곳으로 다가와 피검사와 X레이 검사결과 별문제는 없고 혈압이 높고 기력이 약하셔서 그런것이니 혈압약 잘드시고 음식도 잘드신후 가볍게 동네 산책이나 운동을 하면 문제가 없을거라며 하루치 약을 주고 집으로 가셔도 된다고했다.
병원비를 계산하고 남은돈을 어머니께드린후 어머니를 차에태워 집까지 모셔다드렸다. 어머니는 이런 나에게 고맙다며 내가 문을 닫고 나갈때까지 서서 보셨는데 그런 어머니를 홀로 두고 가는 내 마음이 머랄까 안타깝고 속상하고 별의별 생각에 불편하기 그지없었다. 돌아가는 차속에서 홀로 나의 노년은 도대채 어떤 모습이될까 궁금하기도하고 마치 결정된 운명인양 방금까지 함깨 했던 어머니의 모습이 내 모습이 될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불쌍하신 어머니의 모습이 내 모습이다.
세상은 각자도생이고 이건 부모자식간에도 적용되는게 현실이다.
집에 들어가서 추울세라 이불을 덮어주고나온 어린 내 아들도 장차 가정이 꾸려지면 그 자식들이나 와이프가 우선이 될것이다. 조용히 방안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워 잠시동안 컴컴한 허공을 바라보았다. 사는것은 허무하고 시간은 유속과 같이 빠르며 기쁨은 잠시이고 즐거울것도 슬플것도 괴로울것도 순간이고 이순간 늙어 진다는것이 나를 슬프게하였다. 어머니도 젊은날이 있었을것이고 누구나 같은 패턴의 삶을 살것이다문득 궁금해진다. 어머니는 좁은 방속에서 나처럼 어두운 천장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실까? 홀로 남겨두고 먼저 가버린 아버지를 그리워하실지 아니면 욕을하실지  그것도 아니면 아무생각없이 죽을날만 기다리는 살아있지만 아무런 의욕도 감정도 없이 누워 계실까? 어머니는 도대채 무슨 생각을 홀로 하시며 이 춥고 긴밤을 보내고 계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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