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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어머니와 돌김

by 김대머리 2016. 7. 16.

시골에서 농사짓는친구가 귀한 돌김 한박스를 재경 고등학교 동기들에게 보내주었다.

여간해서 모이지않는 친구들에게 이사실을 알리고 총무가 신년회에 참석하면 돌김 두톳씩 준다했더니 12명이 참석했다.
북창동 유명 참치집에서 동기들과의 모임이 끝나자 총무가 준비한 돌김 두톳을 검정 비닐에싸서 한명 한명 약속대로 주니 각자

받고서 뿔뿔히 헤어졌다.

늦은 겨울밤이라 스산하고 몹시 추워서 검정 비닐을 알맞게 묶은다음 한쪽 팔목에 걸치고 바지 호주머니에 두손을 집어넣으니

한결 추위가 덜해진다.
집으로 돌아온후 귀한 돌김이라 한톳 반은 우리가 먹고 반톳은 어머니 드리기로 마음먹고 와이프에게 돌김 반톳은 어머니 드리라고

말했다.

다음날 출근도중 중요 서류를 집에 두고온걸 알고서 황급히 집으로 돌아갔다.

서류를 소파에서 찾은후 곧장 집어들고 나가려는데 신발장 고리에 검정 비닐이 볼품없이 걸려져있는게 보였다.

순간적으로 어머니께드릴 돌김을 와이프가 걸어놓았다고 생각했으나 볼품없이 댕그러니 걸려있는 검정 비닐은 어머니가 집안에 들어오는것 조차도 싫어 문앞에서 들고 바로 가시라는 와이프의 속마음을 알기에 속상하다.
혹시나해서 비닐 봉지를 열어 자세히보니 김 색상이 돌김 같지않고 일반 마트에서 흔히보는 싸구려 김 반톳이 들어있었다.

와이프가 내가 시킨대로 귀한 돌김 반톳을 넣지않고 싼김을 대충 그양만큼 집어넣었다고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올라 핸드폰을들고

당장 와이프에게 전화했다.
"어이 내 서류뭉치 어디있어?"
한손에 서류를 들고서 자신이 와이프에게 전화를 걸었던 이유를 스스로 망각한듯 하지만 목소리가 분노로 가득차있었다.
다시 방으로 돌아가 냉장고 문을열어 이리저리 돌김을 찾아보니 냉동실에 조용히 냉기를받고 나를 냉소하듯 누워있었다.

떨리는 손으로 돌김 반톳을 빼낸후 다시 어머니에게 드릴 검정 비닐에넣고 원래있는 싸구려김을 나를 조롱한 냉동실에 얹혀놓았다.
집밖을 나오는데 새찬 바람이 어찌나 매섭게 나의 뺨을 때리던지 양볼이 얼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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