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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

남편의 급작스런 출장

by 김대머리 2016. 7. 19.

 

옷장을열고 옷걸이에 걸린 옷을 하나하나 옮긴후 엊그제 새로산 인디안셔츠를 찾은다음 조심스레 옷장에서 빼낸다.

이리저리 셔츠를 보더니 어깨쪽 주름이 신경쓰인다. 거실 어느 서랍장속에서 다리미를 들고와 대충 밋밋한 요를 깔고 전기를 연결한후

다리미가 뜨거워 질때까지 남편이 속옷을입고 곤색면바지를 입고있는 모습을 바라본다. 손으로 다리미판 위를 살짝 치듯 지나치더니 적당히 달궈져있음을 느끼고 셔츠를 다린다.
남편이 괜찮다고 그냥 달라는것을 그깟 주름하나로 남편 옷매무새가 안 어울릴것같아 급히 달궈진 다리미로 재빨리 주름을 없에고

깨끗하게 보내고싶은 마음이다.
오늘 아침 출근할때까지 남편도 전혀 몰랐다는 지방출장이 급히 생긴바람에 따뜻한 저녁도 먹이지못하고 보내려니 마음 아프다.

출장용 여행백에 팬티하나 런닝하나 양말두개 숙소에서 입을 간편 추리닝 한벌과 일이끝나고 집으로 돌아올때 입을 간편복 상 하의를

정성스레 접어넣는다.
남편은 와이프가 정성스레 다려준 셔츠를 입으면서 먼 갑작스런 출장이냐며 귀찮은듯 불평은 하지만 그의 얼굴엔 그만큼 회사에서

자기를 필요하다는것이니 별로 불만이 없는 얼굴이다.

오히려 몸이 가볍게보인다.

성큼 성큼 문앞으로 가고 와이프는 남편이 들고갈 수고를 조금이라도 줄어줄려고 여행용백을 문앞까지 들고간다.
이윽고 문앞에 다다르자 남편은 아까 퇴근하고 집에올때 신었던 오래된 구두를 한비짝 모퉁이로 밀어놓고 신발장속에서 새로산

구두를 꺼내 신은후 근심어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와이프에게 잘다녀오겟다는 가벼운 눈 인사를한후 경쾌하게 출장길을 간다.
주차장으로 곧장가더니 자기집 아파트 5층 베란다 창가를 힐끗 처다보는데 사랑하는 와이프가 잘 다녀오라고 손을 흔들어주는 기대를

바라는 모습이 결코아닌듯 황급히 자동차로 향했다. 조용히 차문을열고 의자에 앉는다.

시동을 켠후 주저없이 오른발로 힘껏 악셀을 밟고 또 한손으로 자동차 CD를 켠다.

요한 시트라우스의 라테츠키행진곡이 경쾌하게 나온다.

왼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컵홀더에 아무렇게 세워져있는 볼펜을 오른손으로 들더니 행진곡에 맞추가며 자기가 무슨 캬라얀 지휘자

마냥 볼펜을 허공에 찌르며 흔들어댄다. 머리가 흔들흔들 박자를 맞춰가니 휘파람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아뿔사 자신의 흔들어댄 모습을 스스로 발견하고 머리를 좌우로 돌리더니 옆차선 운전자가 자기를 보고 혹여 미친놈보듯 할까해서

잠깐 숨을 고른다.
아파트를 벗어나 큰 사거리를 두번 지나치고 세번째 사거리 적색 신호등에 걸릴즈음 기막힌 타이밍으로 조수석에 던져 었던 핸드폰

벨이 기분좋게 울린다.

"자기야 지금어디쯤이야? 저번 우리가 만났던 그 커피숍 안에서 기다리고있어 빨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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