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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가 사는 세상
불륜

妄想과 錯覺(망상과 착각)

by 김대머리 2016. 9. 26.

정오가 다 될때까지 늘어지게 잠을 자고있는데 핸드폰 전화벨이 울렸다.

토요일도 아니고 일요일에 누구든 전화한놈은 무식한놈이고 친지나 가족이 아니면 한바탕 훈계라도 할참으로 핸드폰

발신자를 보니 초등학교 6학년 막내아들의 번호가 찍혀있었다.

"아빠 나좀 데리러와주세요. 친구집에있는데 멀어서그래요."

아들녀석이 토요일저녁 요즘애들 말로 파자마 파티를 한다며 친구집에서 갔다는게 불현듯 생각이 났다.

부시시 뜬눈으로 곧장 알았다고 한후 천천히 일어나 전날 잠잘때입은 반바지에 옷걸이에 걸쳐진 라운드

티셔츠를 걸쳐입고 나갈려는 순간 무언가 뇌리에 스쳐 이모습으론 안되겟다는 생각이들었다. 

곧장 화장실에 들어가 볼일을보고 머리를 감고 얼굴을씻으며 양치까지하고 나오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지고 어떤 기대에 가득찬 희망적인 얼굴로변한듯 기분이 좋아졌다.

옷장문을 열고 깨긋한바지와 예쁜 T셔츠를꺼낸후 출근이나한듯 바쁘게입고 곧장 화장대로가 와이프가

쓴 영양크림을 얼굴에잔뜩발랐다.

침대에서 쿨쿨 잠자는 와이프가 이모습을 볼까 살금살금 조심스레 거실로나가 머리와 옷매무새를

다듬고 현관으로나간후 구두를 신을려는데 아뿔사 양말을 신지않았다.

아주잠시 양말을 신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깟양말 어차피 신발에 가려안보이는데 그냥가기로하고

급하게 구두를신고 밖으로나갔다.

차를타고 아들친구집으로가면서 자동차 룸미러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이리저리 확인후 삐져나온 코털

을 집어 넣는다든지 혹여 눈꼽이 끼어있지않는지 T셔츠 카라가 잘펴졌는지 확인하면서 어쩌다

적색신호등에 걸려 대기시엔 머리를 이리저리 돌려 지나가는 아가씨들의 모습을 보다 혼자 흥얼거리며

콧노래를불렀다.

3개월전 와이프가 장인어른이 편찮으셔서 친정에 가야하기에 귀찮지만 어쩔수없이 학교행사에 대신

나갔었는데 거기에서 아들친구 엄마를 처음 본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녀는 키가크고 아름다웠으며 지적이기까지했다. 행사에 나온 학부모가 여자들뿐이어서 교실모퉁이에

조용히 있었지만 내심 그녀의 얼굴밖에 보이지않았다. 40대초반같은데 예쁘게 땋은 흑색머리가 교실

형광등에 반사되어 아주 고결스럽게보였고 백옥같이 하얀 그녀의 이마가 빛이났다. 코는 오똑하게 솟아

보는이로하여금 상쾌함을주었고 붉은루즈가 적당히 덧칠된 입술도 가을 하늘아래 익을대로 익은 붉은

사과처럼 탐스러웠다.

무엇보다도 그녀의 매력적인 얇고 진한 검정눈썹과 길다란 속눈썹에 묻힌 큰두눈을 행여 마주치기라도

하면 누구든지 그녀에게 빠져들지않을수없을거라는 상상을하였다.

담임선생님의 말씀도 듣는둥 마는둥 곁눈질로 그녀를 힐끗힐끗바라보는데 사람의 의식이라는게있는지

그녀도 나의 이러한 시선을 눈치챈듯 나의 표현되지않는 관심에 가벼운 눈인사로 잠시 미소지어준후 곧장

얼굴을 돌리고 다른 학부모들과 대화를 하였다.

모든게 아름답다는 생각이라 그녀의 뒷모습도 얼마나 아름다운지모른다. 반짝반짝 빛나는 흑색머리가

그녀의 체크남방셔츠 어깨정도내려와 그녀가 움직일때마다 살랑살랑 바람에 흩날리는듯하고 십대마냥

꽉낀청바지를 입었는데 볼룩하고 둥그런 그녀의 힙은 어떤남성들이 보아도 마른침을 삼키게하기에

분하였다.

여튼...

그런 행사가 끝나고 아들녀석에게 포장마차에서 순대와 어묵을 사주며 태연히 그녀에관해 애둘러 물어

보았는데 5년전 이혼하고 아들친구와 단 둘이살고 서울에 직장이있으며 디자인회사 팀장이라고 아들

친구가 아들에게 말했다고했다.

하지만 그날이후 그녀를 만날 그어떤 명분도 이유도 생기지않았고 먹고사는게 바쁘면 삶의 우선순위가

먹고사는문제가 우선이되듯 두눈에 그처럼 아른거렸던 아름다웠던 그녀도 시간이 흐르고 일에

치우치다보니 잊혀지고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망각되었던 그녀에대한 기억이 새삼스레 떠올라 그녀집으로 아들을 데리러 간다는게

상당히 어떤기대에 들뜨게 만들었다.

혹여 그녀를 만날수도있다는 기대감이나 만나면 어떻게 인사를 해야할지 또는 아들녀석에게 신경써

주셔서 고맙다고 말을 해야하는데 무슨말부터 해야하는지 근처 슈퍼에서 쥬스라도 하나사서 가야

하는지 이런저런 복잡한생각이지만 마치 20대때 와이프와 연애를 할때같은 기분이라 너무 좋았다.

마지막 신호등을 지나 커브를 돌아 아파트입구에 들어서니 함부로 들어오면 안된다는 차단막이 버티고

있었다.

천천히 차를 몰고들어가 입구초소에 눈매무새가 무서운 늙은 경비에게 그녀의 집 동호수를 말하자 거침

없이 차단막이 위로 올라갔다.

아파트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문을열고 나와 막내아들에게 전화를 했다.

"아빠 도착했다."

막내아들을 기다리며 혹 그녀도 함깨 내려올것같아 머리를 손으로 다듬고 셔츠와 바지를 점검하며

혹 간단한 대화라도 할라치면 목소리가 좋아야하기에 손으로 입을 막고 헛기침을 두세번하였다.

오후의 뙤약볕을 청승스레 온몸으로 쪼이며 주차장에 멀뚱멀뚱 서있는것도 좀 아닌것같아서 인도에 설치된 

벤치에 앉아 여유롭고 지적인 모습을 그녀에게 보여주는것도 괜찮을듯하여 급하게 차로간후 뒷문을 열고

카시트에 불편하게 끼워져있는 언제 읽었을지모를 꾸깃해진 얇은 에세이집을 들고와 태연스레 벤치에

다시 앉아 책을 읽은척하였다.

지적이고 아름다운 그녀가 막내아들과 총총히 내려와 그때 학교행사때 보았던 그 지적인 얼굴로 밝게웃어

주며 어제밤부터 오늘까지 아이들이 정말 즐겁게 보냈으며 아들을 자기집에 보내주셔서 고맙다고 말하면

무슨 말을해야하나 상상을 하고있는데

"아빠 안보던 책은 왜봐? 집에가자"

하얀이빨을 드러내놓고 엘레베이터에서부터 급하게 뛰어온듯 숨을 헐떡이며 아들녀석이 말했다.

고개를 들고 아들을보니 주변엔 아무도없고 저쪽에서 재잘거리며 놀이터에서 떠드는 5-6세 아이들 모습뿐

이었다.

"응 재밋게 놀았어?

그래 집에 가자"

힘없이 일어나 혹여 그녀가 나오지않았을까하는 실오라기같은 일말의 기대로 1-2라인입구를 한번 처다보곤

곧장 뒤로 돌아 막내아들의 손을잡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차를타고 집으러가는데 막내아들이 그집에서 어떻게 놀았고 무슨음식을 먹었으며 친구엄마가 요리를

잘한다는등 어쩐다는등 말하는데 하나도 들리지않고 허탈한 내모습을 비웃기나한듯 햇살이 뜨겁게 한쪽 차창밖

에서 나의얼굴로 내리쬐고있었다.

타박타박 집으로 들어가 방문을 열고들어가니 여태 잠자고있을줄 알았던 와이프가 화장대앞에서 급하게 화장을

하고있었다.

"나 오늘 초등동창모임이 있는줄 모르고 잠자고 있다가 총무 전화받고 알았어.

지금 바로 나가야하니까 당신이 애들 밥좀먹이고 집 청소좀해.알았지? "

아무말없이 알았다고 고개를 끄떡이며 셔츠와 바지를 벗는데 와이프가 아까워 들고다니지 않았던 프라다가방

장농서랍 깊은곳에서 꺼내들고 나갔다.

방금 아들에게 전화가 오기전 그 차림으로 다시 침대에 누워 천정을 바라보며 허탈함에 혼잣말로

"먼짓이냐 미친놈아" 옹알거리는데 와이프가 급하게 문을열고 다시 돌아와 아까입었던 옷이 맘에 안들었던지

훌훌벗고선 옷장 옷걸이를 이리저리 헤집다가 다른옷으로  갈아입고 황급히 문을 박차고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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