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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시어머니와 갈비탕

by 김대머리 2016. 9. 1.

토요일 저녁이라 와이프가 오랜만에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 외식한번 하자고했다. 외식이라야 고작 중국집에서 자장면 한그릇씩

먹는게 다 이지만 그런데로 소소한 행복이 있어 좋아 기꺼이 찬성하였다.

주섬주섬 옷을 입고 아이들에게도 나가자고 말하니 좋아하며 큰딸아이는 탕수육과 자장면을 둘째딸은 우동을 막둥이 아들은 

자장면 곱베기에 만두를 먹겟다고 즐거운 아우성을 쳤다. 가을저녁이라 선선하고 주말이라 먹자골목도로에는 사람들로 붐비었다.

여기 저기 산책도 할겸 거리를 다니는데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뛰어다니면서 장난치고 깔깔거리는데 와이프와 내가 보기에

참 흐뭇하다.

간혹 어린 막둥이 아들녀석이 누나들과 장난을 치면서 차가오는 도로밖으로 나갈때 나와 와이프가 큰소리치는 일이있어 조금

긴장한것만 빼곤 가을저녁 와이프의 따뜻한 손을 잡고 걷는게 너무 좋았다.

유명한 화교 주방장이있다는 기막히게 맛있는 중국집에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가 홀을 두리번거리니 이미 사람들로 만원이었다.

가족이 5명이라 룸이 있으면 그쪽에서 먹고싶다고 안내해주는 여성에게 요청했으나 이미 손님이 꽉차서 룸은 죄송스럽지만 안된다며

홀로 안내해주었다.

아이들은 자기들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주문을 하고 와이프와 난 볶음밥을 먹기로하였다.

서빙한 아주머니가 시원한 물이 들어있는 페트병과 컵5개 물수건을 가져와 식탁위에 얹혀놓고 주문한 음식이 나올동안 조금만

기다리라고 말하고 가는듯하더니 아이가 셋인 우리가족이 신기한듯 처다보았다.

이 어려운 시기에 아이가 한명도 아니고 셋이나 키우는 저 부부가 대단하고 자기가 보기에 아직 젊은 사람들이 애새끼들 셋 키울려면

얼마나 힘들까하는 걱정의 탄식을

"아이고 아이들이 참 예쁘네요. 주방장에게 말해서 만두 한개 서비스로 추가해달랠께요." 라고 표현하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홀로

총총히 걸어갔다.

와이프와 나는 그런 립씽크를 하도 많이들어서 시큰둥 별 반응없이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앉아있는데 갑자기 둘째딸이 근처에

홀로 계시는 할머니도 모시고와서 함께 먹지 왜 할머니는 안 모시고 오냐고 나에게 물었다.

엄마가 싫어하고 또 할머니가 불편해 하시는데 굳이 모시고와서 엄마와 할머니가 어색하게 음식을 먹는 상황이 보기 안좋을 뿐더러

아빠가 가운데서 난처한 상황이라 할머니를 모시고 오지안았다고 둘째딸에게 말할수가 없기에 할머니가 요즘 다리관절이 아파 

걷는게 힘들어 모시고 올수없었다고 말한후 나중에 아빠가 편리한 시간에 할머니를 모시고 나가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갈비탕을

사주겟다고 둘째딸에게 말하자 이말을 듣고있던 와이프가 뜬금없이 갈비탕 한그릇이 얼마냐고 나에게 물었다.

갑자기 묻는 질문이라 조금 멈칫했지만 9,000원에 먹은 기억이있어 9,000원정도 한다고 말하니

"갈비탕이 그렇게 비싸 예전엔 7,000원정도하지않았어?"

와이프가 새삼 갈비탕 가격에 놀란듯 나에게 두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식당마다 차이는 있고 싼곳은 7,000원 짜리도 있겟지만 서울의 유명 갈비탕집은 만원 넘은곳도 있어"

나역시 와이프에게 두눈을 부릅뜨고 답했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르더니 와이프가 자기도 9,000원짜리 갈비탕 한그릇 사먹으면 좋겟다고 푸념섞인 목소리로 지껄였다.

남편이 자기 어머니를 위해 갈비탕 한그릇 사준다는게 못마땅한건지 아니면 단순히 자기도 갈비탕이 먹고싶어서 그러는지 모를

내머리속은 와이프가 분명 시어머니에게 사줄 갈비탕 한그릇이 아까워 그럴거라는 본능적인 확신이 들어 내심 상당히 불쾌하였다.

이윽고 음식이 나오자 어머니와 갈비탕에 관한 불편한 심기는 숨기고 아이들과 음식을 맛있게 먹기로 하였다.

아이들에게 학교생활이라든지 친한친구에 대해 물어보거나 혹은 만두맛에대해 와이프와 말한다든지 탕수육가지고 서로 더먹겟다고

다투는 아이들을 나무라든지하면서 일상적인 대화가 진행되는데 어린 아들이 엄마를 보면서 느닷없이

"엄마 나 냉면도 먹고싶어. 저번 외할머니와 소고기먹을때 나온 냉면 먹고싶어 그거시켜주라"

볶음밥을 먹고있는 와이프의 얼굴이 갑자기 당황스럽게 변한듯하더니 아이를 안보고 나를 보면서 아이에게 말했다.

"그건 삼촌이 사준거야. 맛있었어요? 여기선 냉면없어요. 짜장을 시키면 냉면 안나와요." 

아이의 질문에 여기는 냉면이 없다하면 될일을 와이프가 왜 굳이 삼촌을 들먹이는지 대충 감이 왔고 조용히 있으면 다 나올거라는

경험상의 확신이들어 조용히 남은 볶음밥을 먹는데 정확히 들어맞았다.

여름방학때 잠시 아들과 춘천 친정에 갔었고 장모님을 모시고 오빠부부와 점심을 식당에서 먹었고 친정엄마를 모시고사는 오빠가

고맙고 미안해서 대접했다고했다. 

시어머니에게 사줄 갈비탕 한그릇은 아깝고 친정 어머니를 사준 소고기와 냉면은 안아깝냐고 울컥하며 큰소리를 칠려는 찰나의

순간에 이를 꾹물고 참기로했다. 화가나는것을 전혀 내색하지않고 이럴땐 이성적으로 대응해야한다는 생각이들었다.

"장모님 안찾아뵌것도 8개월이 넘었는데 잘했네. 좀더 맛잇는걸로 사드리지 그랬어?" 

("어라 이남자봐라 고단수로 나가네 참나")  와이프 얼굴에 와이프의 심기가 보인다. 아주 잘보인다. 너무 선명하게 보인다.

식사후 음식값을 계산하고 먼저 나와 기다리는데 뒤따라 나오는 아이들 손에 아이스크림 하나씩 쥐고있고 와이프가 사뿐사뿐 곧장

나에게 오고선 밤하늘 둥그런 달보다 훤히 활짝 웃으며 한손에 쥐고있던 아이스크림을 주며 말했다.

"여기 중국집은 디저트로 아이스크림도 공짜로 주고 좋다 그치?"

가을 저녁하늘의 별과 달이 참 아름답고 시원하다. 나는 바쁜 직장생활에 무거운 머리를들어 이렇게 좋은 하늘을 못보았고 와이프

역시 아이들 키우고 내 뒤치닥거리하느라 무거운 머리를들어 이렇게 아름다운 하늘을 보지못하였을것이다. 

아이들은 잘먹어서 즐거운지 우리가 즐기는 가을밤의 좋은 하늘이나 아름다운 하늘엔 전혀 관심없고 지들끼리 재잘거리며 떠들고 

와이프는 나의 팔을 꼭 껴안고 머리를 어깨에 푹 기댄다.

와이프의 손을 꼭잡고 아이들과 함께 집으로 가는길에 내가 생각하는 가정의 화목이라는것은 만들어지는것이다 라는것을 새삼

느낄수있었던 저녁이었다.

만들어지는것과 부숴버리는것.

만든다는것은 행복한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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