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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가 사는 세상
남자

학교 도서관

by 김대머리 2016. 10. 29.

모닝콜 시계가 비몽사몽간에 울린것같은데 그후로 기억이없다. 무의식중 잠결에 일어나야된다는 의무감에 발버둥 쳤을거지만 둔한

몸뚱아리와 잠긴 두눈이 천근 만근이라 그대로 잠을 잔모양이다. 

아버지가 뒷산에 운동겸 올라 가실려는지 신발장에서 등산화와 등산용스틱을 빼는 소리가 잠결에 들렸다.

번쩍 눈을 떠서 벽의 시계를 보자 벌써 8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부랴부랴 벌떡 일어나 이불을 개는둥 마는둥 겉어올리고 침대에서

내려온후 어제밤 외출후 돌아와 옷걸이에 걸어두었던 그옷 그대로 입고 책상옆 가방을 들고 나갈려다 아무리 바빠도 머리나 얼굴은

어느정도 사람행색으로 보여야했기에 벽에 걸린 거울을 보고 대충 모습을 다듬었다. 바삐 나가는 아들의 모습을 본 아버지가 한심한듯

보시더니 "아침밥이나 먹고 나가지 배고프면 아무것도 못한다"

아들은 아버지의 근심어린 말씀에 대충 괜찮다며 신발을 신고 부랴부랴 나갔다. 주말 이른 아침이라 사람은 드문드문하고 버스 정류장에도 별로 기다린 사람이 없는듯하다. 이시간에 도서관 자리를 잡을수있을까 조마조마하며 버스를 타고 학교로 가는데 멀뚱멀뚱 가는시간이 아까워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검색을 한다든가  카톡에 뜬 친구들 소식을 보았다. 어제밤 친구들과 술한잔 하면서 앞으로 계획이라든가 어떤 회사에 들어가야 삶이 보다 윤택해지고 장래성이 있다든지 그러기위해 어떻게 공부를 해야할지에 관해 많은 대화를 하였다. 또 영문과 2학년 희연이가 제일 예쁘지만 너무 도도하고 콧대가 쎄서 우리들중 누가 그애를 여자친구로 만들수있을지에대해 공허한 대화도 오갔었다.

애들은 분명히 어떻게 살아야할지는 알고있는듯했고 그러기위해 무었을해야할지도 확실히 알고있었다. 이곳은 실력이 모든것을 말해주는 사회다. 이곳 뿐만 아니라 세상 인간이 사는곳이라면 실력이 있어야한다. 그 실력을 키우기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야하고 어떤 어려움이나 유혹을 뿌리치고 정진해야한다. 실력이 있다면 선택의 폭이 상당히 넓고 유연해지며 매사 자기가 유리한대로 탄력적으로 자기 인생을 이끌어나갈수있다. 인류를 위하고 나라를 위한다는것은 부차적인 일이다.

이건 어제 술자리에 앉은 친구들 모두 내린 현실적인 결론이다. 절대 부정할수없다. 어쩌다 TV에서 이미 성공한 어떤 미친놈이 자기는 얽매이지않고 즐기면서 했더니 성공했더라 라는 말도 안되는 경험담을 지껄이면서 앞에서 앉아 듣는 천진난만한 청중들을 미사여구로 현혹하거나 모 대기업 광고에서 어떤 젊은이가 거리에서 커다란 깡통을 두드리며 자기가 하고싶은것을 하며 살아야 진정 행복한 삶이라는 메씨지의 광고도 보곤했지만 모두다 개떡같은 소리다. 이미 자기가 성공했기에 그 말이 일리있게 되는것이고 성공하지못했다면 그놈은 할일없이 깡통이나 두드리는 멍청하고 게으른놈에 불과하게되는것이다. 이 부정할수없는 사실은 스스로 깨우친 궤변일수도있지만 아버지로부터 배운것이다. 가끔 밖에서 친구분들과 술한잔하시고 돌아오시면 방에 들러 꼭 하시는 말씀있다. 50이 넘으신 아버지는 친구들의 변천사에 관해 구체적으로 말씀을 해주시곤 하였고 학창시절 공부좀했던 친구들은 좋은 직장이나 좋은 사업을 하고있고 공부와 담을 싼 친구들은 거의 대부분 어렵게 살고있다고 하셨다. 물론 공부를 못하였지만 끈질긴 집념이나 다른 재능으로 큰돈을 벌거나 자기 처지를 일찍 깨달은 어떤친구는 산업전선에 빨리 뛰어들어 큰 성공을 거둔 경우도있을지언정 그런 경우는 아주 희박하다시면서 혹시 모를 나의 오판을 경계하셨다. 시간이 좀 흐르자 버스안 승객들이 점점 많아지고있고 자리도 꽉차서 서서가는 사람까지 보일즈음 학교앞에 버스가 도착하였다.

부랴부랴 버스에서 내린후 빠른걸음으로 도서관으로 갔다. 도서관안은 학생들로 만원이었고 예상과 같이 빈자리가 있을리가 없었다.

혹시 빈자리가 있을지몰라 천천히 한바퀴돌아보는데 결코 빈자리는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이 늦은시간에 공부한답시고 도서관에

자리를 찾아온 나의 뒤통수가 아플정도로 따가웠다. 무거운 가방을 들고 타박타박 도서관을 걸어나오니 배가 고프기시작했다.

아무리 자리가 없다해도 한두개정도는 있을거라 예상하고 일단 자리를 잡은다음 학생회관 편의점에가서 김밥이나 먹을 생각이었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생겼다. 바쁠것도 없어 타박타박 걸어서  왔던길 그대로 돌아가는데 여기 저기 건물에 건축학과 4학년 건축

기사1급 수석합격이라든지 외교학과 3학년 외무고시합격이라든지 하는 현수막들이 눈에 보였다. 마친가지로 아름다운 하늘아래 넓은 교정에 자리잡지못하고 초라하게 집으로 향하는 자신도 선명하게 눈에 보였다. 불현듯 핸드폰을 들고 어제 만났던 친구들중 한명에게 전화를 해보는데 전화를 받지 않을뿐더러 이렇게 한명 한명 모두에게 했지만 다들 전화가 꺼저있거나 받지를 않았다.

한숨을 쉬고 교정을 빠져나와 버스를 탈려고 정류장으로 가는데 휭하니 바람이 불어 순간 작은 먼지가 눈속에 들어왔다.

한손으로 눈을 조심스레 비벼서 먼지를 뺄려고 눈을 깜빡거린다든지 눈물에 씻겨나오기를 기다렸지만 좀체 먼지는 빠지지않고 눈속이 까칠했다. 흐릿한 눈을 비벼봐야 눈만 더 아프고 충혈될것같아 그대로 조심스레 걸어서 정류장에 도착했다.

버스를 기다리는동안 한 녀석에게 전화가와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전화를 못받았다며 왜 전화했는지 물었다.

도서관에 공부하러 왔다가 자리가없어서 집에 돌아가기는 그렇고해서 너를 만날려고 전화했다고 하였다간 미친놈 소리듣기 딱좋을것같아 무역영어 2급 시험과목인 무역실무책이 필요하니 좀 빌려달라고 뜬금없는 소리를했다. 친구가 의아스럽게 학과공부해서 학점올따는것이 급선무인데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고 한소리 할듯하다 아르바이트때문에 급히 끊고 다음주에 학교에서 보자고했다.

친구들이 지금 무었을 하고있을지 알수가 있을듯하여 버스를 기다린 내내 자신이 한심하기 그지없다.

멀리서 집으로가는 좌석버스 번호가 눈에 들어간 먼지때문에 희미하게 보이자 탈 준비를 하고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하니 조심스레

버스를 탓다. 승객이 별로없는 버스뒤로 간후 적당한 자리를 골라 털썩 앉고선 두눈을 감았다. 내 나이가 이제 벌써 내일 모래면 대학교를 졸업할 나이가되겟고 적은 나이가 아니며 하루하루 빈둥빈둥 거리다가는 도대체 앞날이 보이지 않을것같다는 불안함이 밀려왔다. 무엇보다도 아버지 어머니도 늙어가시니 그분들이 언제까지 내 뒤치닥거리를 할수없을것이고 결국 내 스스로 나의 역량을 키워나가야하는데 도무지 내가 내자신에대해 그 어떤 자신감이 들지 않다는게 괴롭다.

난 항상 마음만이다. 마음만은 언제나 황금빛 미나리밭에 흐뭇하게 서있다. 어제 밤에도 친구들과 심각한 이야기를 한후 내일부터라도

실력을 배양하고 노력을 해야하겟다는 다짐으로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이른아침에 학교 도서관에가서 공부를 하겟다는 결심이 결국

오늘처럼 마음만으로 끝나버렸다. 두눈을감고 있다보니 아까 눈속에 들어갔던 먼지가 빠졌는지 까칠한 눈속이 이내 정상으로 돌아왔다. 살짝 눈을떠 어디쯤 도착했을지 창 밖을 바라보자 좀체 알수없는 차창밖 배경이 두눈에 스쳐 지나갔다. 깜짝놀라 벌떡 일어서서 좌석버스 번호를 보자 뜬금없는 비슷한 다른 번호의 버스를 탓던 것이었다. 황급히 벨을 누르고 다가오는 정류장에 급히 내려 주변을 살펴보자 집으로 가는길과 전혀다른 생소한 길이었다. 하루가 이렇게 지나갈듯하다. 아침 8시가 넘어서 집으로 나온후 학교를 가고 또 학교에서 잠시 서성거리다 버스를 잘못탓고 지금 이모양으로 11시가 다되어간다.

다시 신호등을 건너 길 건너 정류장을 가는데 편의점이 보이자 아까 느꼈던 배고픔이 격하게 밀려왔다. 김밥 한줄과 생수한병 컵라면 하나를 계산하고 편의점 밖의 그늘막 테이블에서 컵라면이 익기를 기다리며 앉아 있노라니 한심한 자신의 모습에 깊은 자괴감이 들

즈음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빈속에 나가서 밥은 먹었는지 어디에있는지 물으시고 항상 차 조심하라고 이못난 아들을 걱정하셨다. 고등학교때 담임선생님이 우스게 소리로 멍청한놈은 수족이 죽어라 고생하게되니 그 고생은 불쌍히도 평생 간다고 하셨고 영리한놈의 수족은 매사 항상 편하다고 하셨는데 지금 나를 두고하셨던 말씀같다.

후루룩 쩝쩝 김밥과 라면을 배고픔에 게걸스럽게 먹는 가엽고 초라한 내모습이 편의점 창문으로 희미하게 보이는데 신발위를 무언가가 가볍게 밟은 기분이들었다. 놀란마음에 아래를 내려보자 분명 백구인데 꾸정꾸정 구정물이 질질흘리는 모습으로 혀를 낼름낼름 꼬리를 흔들흔들거리며 남은 김밥이나 라면 국물을 달라고 처음보는 내가 자기친구인양 바라보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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