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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가 사는 세상
남자

나는 스토커였다.

by 김대머리 2017. 3. 30.

내가 좋아하는 여자가 있었다. 너무 좋아해서 하루라도 안보면 궁금하고 답답할지경이었다. 그녀는 지인의 소개로 만나게되었고

서로 호감을 가지고 사귀었으나 연인들이 대게 그렇듯 어느정도 알게되고 상대의 장단점을 파악하게 되고 여러번 나를 만나본후

그녀는 내가 자기 취향이 아니라는것을 알았는지 나에게 헤어질것을 요구하였다. 하지만 오히려 나는 그녀가 더욱 좋아지고있었기에 절대로 응해줄수가없었다더구나 그녀와 좋았을때 가졌던 소중한 경험들 키스 포옹 애무 sex가 좋아서 절대로 헤어질수 없을것 같았다. 그녀는 이런 나의 마음도 아량곳하지않고 냉정하게 요구하였고 나를 전혀 만나주지않았다. 좌절과 절망감에 사로잡혀 하루 이틀 그녀를 잃은 고통감이 가득한 나날을 보내다가 그녀를 놔두면 다른 놈이 데리고 갈것같고 그녀없이는 못살것같아 그녀를 찾아가 다시 만나줄것을 요구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그녀는 싫어하는기색이 역력하였고 내가 아무리 꽃이나 선물을 다시 주어도 결코 받지를 않고 우린 서로 성격이나 취향 그리고 가치관이 다르니 이러지말고 다른 여자를 찾으라고 사정한듯 나에게 말을 하였다. 나도 그녀를 잊을려고 일을 한다거나 다른 취미를 가질려고 노력했으나 왜그런지 안되는것이었다. 나는 점점 그녀속으로 빠져들어 그녀가 다니는 직장과 그녀가 잘다니는 헬스클럽 미장원 그녀의 집까지 파악하게 되어지고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내 두눈으로 확인해야 만족할수있었다. 그녀에게 절대로 정상적으로 다가설수없고 그렇다고 그녀를 뺀 나게게 만족감을 줄 어떤것도 없기에 난 하루일과를 그녀와 보내기로하였다. 그녀의 그림자가 됨으로써 그녀와 함께하고있다는 만족을 느껴야만 나의 불안과 걱정 근심 격노가 풀어지기때문이다.

나의 일과 나의 모든것이 점점 잃어가고 있고 간혹 내가 머를하고있는가 라는 물음을 스스로 하지만 그녀라는 매개체는 나의 모든것을 뒷전에 미루어버렸고 점점 나의 정신은 피폐해져가고있음을 느꼇다. 그녀가 있는 직장에 몰래 들어가 그녀 책상에 앉아보기도 했고 그녀가 다니는 헬스장도  구경한다는 핑계로 들어가 두리번거리며 이리저리 다니다가 그녀가 앙증맞고 섹시하게 운동하는 모습을 바라보기도하였다. 물론 그녀는 나를 보고 놀라고 긴장되는 모습으로 탈의실로 달려갔지만 그녀 얼굴을 보아서 좋았다. 원룸을 얻어서 혼자사는 그녀의  창문을 밤 늦게 관찰하면서 남이 모르게 넘겨보기도 하였고 그녀가 옷을 갈아입는 모습이 커튼 유리창 사이로 비록 형광등 빛에 그림자 처럼 보여도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내가 저 안에서 그녀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심정에 당장 창문을깨고 뛰어들어가고 싶었지만 그럴수없었다. 어떨때는 그녀가 너무 좋고 사랑스러워서 그녀와 함께 죽을 각오까지 가지기도 하였다. 다른 사람이 그녀를 가져가면 어쩌란 말인가.

그럴바엔 차라리 함께 죽는게 낳다는 생각이 들었기때문이다.

아침 6에 알람이 울리면 부시시 일어나서 화장실가서 일을본후 아침은 가볍게 사과나 토마토 한조각에 우유한잔 마시고 바로 양치질하고 세안후 화장대에 앉아 기본화장과 광대뼈에 주근께를 가릴 비비 크림을 바르고 붉은색 루즈를 바르고 머리는 홈쇼핑에서 산 고대기로 다듬는다. 잠옷을 벗고 옷장을 열고 오늘 입을 투피스나 정장을 바라보며 어떤옷을 입을까 고민하다 날도 좋으니 가벼운 청바지에 셔츠하나만을 산뜻하게 입는다. 안에 별것도 없지만 구색을 맞출려고 청바지와 어울릴듯한 동대문에서 친구들과 산 3만원짜리 핸드백을 들고 시계를 찬다. 출근할려고 문을 열려다 멈칫하더니 핸드폰을 찾는것 같다. 아마 어제 잠들기 전까지 핸드폰으로 친구들과 카톡을하다 배게밑에 두고 잠들었을거다. 침대이불을 들추더니 배게 밑 핸드폰을 들고 출근하기위해 집밖으로 나온다. 모퉁이를 돌아 오분정도 걸으면 지하철역. 4번출구로 재빨리 달려가 그녀가 타는 전철이 오기전에 자리를 잡아야한다. 한쪽끝 자판기를 바라보고 서성대니 그녀가 타는 꼭 그자리에서 전철을 기다린다. 태연하게 그녀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 그녀가 눈치못챌정도의 간격을 유지하며 그녀의 채취를 느낀다. 무슨 향수를 살짝 뿌렸는지 알수있을것같다. 전철이 오고 바글거리는 출근 전철을 타는 그녀뒤로 바짝 따라들어갔다. 아직도 그녀는 모른것같다. 다들 스마트폰 보느라 다른곳 신경쓰지않고 그녀역시 마찬가지다. 난 그런 그녀를 몰래 바라본다. 너무 사랑스럽고 예쁘다. 저런 그녀를 난 절대로 잊지못하고 내곁에 두고싶다. 예감이란게 사람이라면 누구나 있기마련이고 그녀도 누군가가 자기를 주시한다는것을 느꼇는지 갑자기 머리를 돌리더니 나와 마주쳐버렸다. 소스라게 놀라는 그녀모습이 보이고 눈과 입술이 경련을 일으키더니 몸을 돌려 다른 차량쪽으로 황급히 가버린다. 급히가는 그녀를 보니 아무생각이없다. 그냥 몸이 또 그녀가 가는쪽으로 가고있다. 그러면서 이러지마라고 수십번 나에게 되묻고 되묻지만 몸이 말을 듣지않는다. 그녀에게 다가서니 공교롭게도 전철이 서고 그녀는 목적지가 아님에도 내려서 재빨리 뛰어나가버린다. 아뿔사.....그녀를 잃어버렸다.

퇴근시간이다. 그녀의 회사빌딩 건너편 햄버거 가게에서 그녀가 나오기를 기다린다. 언제나 그렇듯 그녀는 회전문을 돌리고 갈색머리를 휘날리며 예쁜 미소를 지으며 나올것이다. 그녀가 나온다. 오늘은 그녀 동료들과 나온다. 먹던 햄버거를 놔두고 계산할려니 캐셔의 계산이 주춤 주춤이다. 돈 만원 그대로 던져버리고 나와서 그녀가 가는 쪽으로 뛰어갔다. 아마 근처 먹자골목에서 매운 낙지볶음에 소주한잔 하러 가는중일것이다. 골목이라 급히 뛰어갔지만 그녀가 보이지않는다. 이리저리 빠른걸음으로 찾다가 도무지 찾을수가없다. 어디로 갔을까?? 여기저기 식당안을 내다보며 그녀가 있을 자리를 찾아보지만 못찾았다. 많은 사람들이 지나간다. 희희덕거리고 혹은 조용히 혹은 방금 실컷 머고 나왔는지 이쑤시게로 이를 쑤시고 나오는 사람도 있다. 벌써 술취해서 비틀거리는 사람도있고 건물 계단에 앉아 담배피는 사람도있다. 그녀를 찾다보니 별 사람의 군상을 다보게된다. 모퉁이를 지나 소곱창집을 지나칠무렵 그녀와 동료들이 앞에서 깔깔거리며 오고있다. 아마 오늘은 다른 매뉴로 더 좋은 곳을 찾다가 못찾고 그래도 지난번 먹었던 불낙이 더 좋았는지 그 식당으로 가려는 가보다. 깔깔거리던 그녀의 얼굴이 나를 보더니 그자리에 서서 흠껏 놀랜다. 동료들이 갑작스런 그녀의 돌변에 의아해하더니 바로 앞에 서있는 나를 보고 무었인가 다 아는듯 경멸스럽게 나를 바라본다. 한 동료가 그녀를 데리고 뒤도 안보고 돌아서 가버린다. "어이 여보쇼 왜 그리 사나. 허우대 멀쩡한 사람이 말이지" 남자 직원이 나에게 멸시하듯 내 뱉는다. 그깟놈들 말은 들릴지도 보이지도 않았다. 바지 뒤춤에 찬 스위스제 만능칼을 뽑아볼까하다 참았다. 그녀가 없는데 쓸때없는 짓인것같아서 참았던거다. 만일 그녀가 있었고 저 자식이 저렇게 지껄였 다면 아마 저 자식은 나에게 칼을 맞았을지도 모른다. 침대에 누워 있으면 그녀가 무얼할지 궁금해진다. 어디서 누구와 멀하고 있을까?? 그녀가 이미 나를 떠났고 다시 나에게 돌아올수없다는것도 분명히 알고있다. 하지만 나를 떠난 그녀가 밉다. 그녀가 잘되거나 행복하거나 즐거워하는것이 싫다. 나를 괴롭게한 댓가를 반드시 치르게하고싶었다. 난 연애다운 연애한번 못해보고 살았다.항상 연애하는 친구들을 보면 부러웠고 왜 난 못하지?? 라는 생각에 외로웠다. 그러다 그녀를 만나서 일까. 너무나 사랑했고 그 사랑이 집착이 되어버렸을까?? 점점 힘들어하는 그녀를 보게되고 결국 이렇게 되고말았다. 내 자신도 왜 내가 여자하나 때문에 이래야하는가 라는 물음을 수시로 물으며 벗어날려고 노력한다. 뒤 호주머니 속 만능칼을 한손으로 움켜쥐고 도대체 왜 내가 이 물건을 들고있어야하는지 내자신에게 물었다.

불현듯 경멸스럽게 나를 쳐다보았던 그 동료들의 눈빛이 선하게 떠오른다.

조용히 아주 조용히 뒤돌아서서 타박타박 걸어 오던길 그대로 집으로 향했다. 난 이런사람이 아닌데 절대 아닌데 내모습이 지금 왜 이렇지?? 길거리 쇼윈도에 비추는 내 얼굴이 말이 아니다. 눈동자는 무슨 환자처럼 충혈되있는듯하고 입은 삐뚤어져있다. 옷은 상의 하의가 전혀 어울리지않고 양말은 며칠째 안 갈아신은데다가 신발이 더럽다. 뒤호주머니에서 뺀

찢어진 지갑을 꺼내 속을 보니 근처 사우나갈 돈은 될듯해서 곧바로 향했다. 옷을벋고 양말을 벗어 바로 휴지통에 바리고 기본 샤워를 한후 뜨거운 탕속에 들어가 두눈을 감고 생각해보았다. 이짓거리. 그래 이 미친짓을 내가 왜 하는것이고 내가 이짓으로 멀 얻을것이며 더 중요한것은 이짓을 하면서도 자신 스스로 관두어야겟다는 생각을 했다느것이다.

그만둬야한다고 스스로 느낌에도 불구하고 하고있는 나의 의지력이 이렇게 약하단말인가. 그만두자. 정말로 그만두자. 나의 이런 미친짓을. 내가 사랑했던 그녀를 위해 그만두자. 그만둠으로서 그녀는 나에게서 떠나도록하고 나역시 그녀를 떠나도록하자. 내가 그녀를 떠나 보내면 그녀를 향한 관심사 역시 떠나버리겟지. 정말 순식간이다. 이런 생각을 번쩍하고나니

탕속의 남자들이 평화스럽고 자연스럽게 보이며 아주 상식적이고 안정스러워 보인다. 더러운 머리를 감고 비누로 가볍게 샤워를 한후 사우나를 나와 세상을 보았다. 만물은 그대로고 사람들도 많다. 집으로 향하는길에 어여쁜 아가씨들이 넘처난다. 왜 그동안 안보였을까?? 그녀보다 훨 예쁘고 좋은 아가씨들이 두눈에 넘처난다. 세상이 차츰 차츰 보이고있다.

언 바란스하게 입은 내 모습이 웃긴지 상큼한 여자 둘이 피식하고 웃고 지나간다.

그렇다 정말 난 미친짓을 한거였다. 하루빨리 벗어난것을 정말 다행으로 생각한다. 내가 살아야할 일을 찾고 나의 불확실한 미래를 찾기위해 부단한 노력이 필요했으나 그 노력을 난 스토커짓으로 날려버렸으니 이것처럼 허무할일이 있나 크게 한숨이 나왔다. 지금이나마

나의 이성과 감정을 추스리니 해야할일이 성큼 성큼 다가옴을 느낀다.

집착.

사람에게 집착은 정말 미친짓이고 미칠수밖에없고 결국 자신만 망하게됨을 뼈저리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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