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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아빠의 급작스런 집안 청소

by 김대머리 2017. 9. 20.

일요일 아침부터 아빠는 분주하게 움직이시는데 동생과 내가 먹을 아침밥을 차리고

계란 프라이를 만들고 냉장고에서 이것저것 반찬을 꺼내셨다.

이내 선잠을 자고있는 우리를 깨우시더니 빨리 아침을 먹으라고 다그치셨다.

부시시 두눈을 뜨고 겨우 일어나 기지개를 쭉펴고 하품을 하노라니 아빠가 느닷없이

청소기를 들고 여기저기 이방 저방을 청소하기 시작하셨다.

남동생이 아빠가 차려준 밥을 겨우 억지로 먹으면서 이런 아빠를 보고 큰소리쳤다.

“아빠 밥 먹으라면서 청소기돌리면 어떻해.우리가 밥먹고나면 청소좀해”

아빠는 그 소리가 들리는지 마는지 아량곳 하지않고 바쁘게 벽틈이라든지 농밑 구석구석

청소기를 들이대고 분주하게 움직이시는데 지난 십여일동안 좀체 이런모습을 본적이없거니와 거의 매일 우리보다 늦게 일어나시고 우리가 학교로 등교한 후에야 일어나시는 아빠의 모습이 이렇게 달라진다는것이 우습기도하다.

거의 매일 우리가 밥을 차려먹고 밥이 없으면 후레이크를 우유에 말아 먹고 등교를 했고

방과후에는 라면이나 짜장 라면을 끓어먹었고 밥이 떨어지면 내가 밥을 해두었다.

냉장고안 냉동실에 각종 음식이 가득하지만 해먹질않으니 줄어들리가없었다.

여튼...

아빠가 남동생 방에 들어가시더니 방이 왜 이리 지저분하고 정리가 안되어있다며 당장 옷가지와 널부러진 책과 공책 가방등을 정리하라고 평소때는 다정다감하시고 친구처럼 지내던 남동생에게 준엄하게 말씀하셨다.

물론 내방에도 들러 거의 비슷한 언급을 나에게도 하셨음은 당연하다.

아빠의 이런모습이 한편 이해도 되고해서 동생과 나는 아빠가 시키는대로 군말없이 다 해주는데 지난 십여일동안 아빠가 오늘처럼 움직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실오라기같은 아쉬움도 가져보기도했다.

아빠는 부지런히 화장실 휴지통과 각 방의 휴지통에 들어있는 쓰레기들을 모아서 종량제봉투에 땀을 뻘뻘 흘리시며 집어넣고선 급하게 밖으로나가 아파트 분리수거 쓰레기통에 버리고 돌아오셨다. 머가 그리 조급하시는지 급하게 움직여서 성글성글 맺힌 이마의 땀을 닦으시고는 세탁기로 곧장가 어제밤에 넣어두었던 빨래감들의 세탁이 끝난것을 확인한후 옷들을 꺼내들고 거실로 나오시더니 나에게 수납장속에 있는 건조대를 들고나와 동생과 함깨 옷을 건조대에 걸어놓으라고 부탁하셨다.

동생과 내가 옷들을 탁탁 털며 건조대에 하나 하나 걸어놓는데 아빠는 두눈을 두리번거리며

여기저기 다니시면서 씽크대가 정리되있는지 거실소파가 반듯한지 쓸때없는 전등이 켜진곳이없는지 신발장은 깨끗이 정리가되었는지 화장실에서 냄새가 나지않는지 혹은 바닥에 얼룩은 없는지 매섭게 관찰하셨다.

보기에도 별로 지저분하거나 정리가 안된부분이 없어 만족하셨는지 여튼 한숨을 쉬시고 화장실로 곧장 다시 가셔서 얼굴을 씻고 머리를 감고 머가 그리 상쾌하시는지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며 휘파람을 불고나오시더니 성큼성큼 안방으로 들어가셨다.

말린 머리를 거울을 보며 다듬으신후 장롱 옷걸이에 걸쳐진 면티를 입고 깨끗한 바지를 입으시곤 청색 양말을 조심스레 신더니 왼손목의 시계를 처다보셨다. 아니나 다를까 아빠의 이런행동과 불과 수분의 차이로 현관문이 열리더니 긴 해외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신 엄마가 기쁜얼굴로 온갖 선물로 가득찬 캐리어백을 밀고 들어오셨다.

엄마는 집으로 들어오시자마자 정리된 집을보고 지난 십일 출장기간동안 남편이 아이들을 굶기지않고 음식을 잘먹였는지 혹은 집안을 깨끗이 관리했는지 하는 우려가 기우였음을 아시곤 흡족한 웃음을띠셨다.

아빠는 엄마의 이런모습을 보시곤 안도의 큰한숨을 아무도모르게 쉬시는데 나와 동생은 앞으로닦칠 엄마의 노여움이 무서워 급히 옷을갈아입고 친구를 만난다며 밖으로 나가버렸다.

엄마가 떠나기전 당신이 해외출장 10여일동안 우리를 먹이라고 사둔 음식들이 냉장고속에 그대로 남아있음을 알아채는 불과 수십분후의 상황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아빠는 엄마가 최고 중요하게 생각하는점이 무엇인지 아직도 모르고계신다.

참 불가사의하다. 거의 15년 넘게 엄마와 살아오면서 엄마는 우리들을 잘먹이는 일이 최고라고 생각하는점을 모르고 주구장창 방청소와 정리만했으니 다 헛일이되버렸다.

가능하면 오늘은 친구들과 멀리나가서 각자 놀기로 동생과 약속하고 뿔뿔히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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