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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가 사는 세상
남자

정신병

by 김대머리 2016. 11. 6.

결혼후 3년만에 낳은 첫딸이 올해 치열한 경쟁을뚫고 서울의 명문 여대에 합격하였다.

바로 이런 사실이 얼마나 대견하고 자랑스러운지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딸자랑에 팔불출이 되는것을 결코 마다하지 않았다. 아이가 그토록 힘들게 노력해서 원하는 대학교에 합격하자 어머니가 그동안 노인 일자리를 통해서 번돈이라며 약 2백만원 정도를

기꺼이 손녀딸 입학금에 보태라고 와이프에게 주셨고 이걸 더해서 그동안 와이프가 모아둔 돈으로 아이의 입학금을 내니 그렇게 기분이 좋을수가없었다.

바로 아래 17살짜리 둘째딸도 언니가 좋은 대학교에 합격한 사실이 큰 동기부여가 되었는지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는데 제딴에 약간5프로가 부족한듯 학원이나 인터넷 강의나 필요한 지원을 해달라고 와이프에게 요구했다. 자식이 공부하겟다고 이런 저런 필요한것을 요구하는것은 아빠로써 기분좋은 일이라 기꺼이 도움을 주겟다며 13세 어린 막내 아들이 밥을 먹을때 네가 정성스레 한술 한술 밥을 먹여주면 원하는것을 해주겟노라고 조건을 달자 그 힘든일을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지 엄마를 본후 체념한듯 알겟다고 말하는데 오히려 이런 조건을 제시한 나를 한심한듯 바라보았다.

와이프는 벌써부터 다가오는 입시를 위해 지금부터 준비해야 될것 같다며 지금껏 첫째딸에게 쏟아부었던 정성과 관심을 둘째딸에게 쏟기 시작했다. 첫째는 대학생활이 재미있는지 거의 매일 밤늦게 들어왔고 그런 딸이 걱정스러워 내가 심하게 나무라면 와이프는 당분간 그렇게 실컷 놀수있도록 모른체 해주라고 나에게 부탁했다. 와이프 말인즉 그럴수밖에 없는것이 고등학교 3년동안 하루 5시간정도 잠을자고 대입준비를한 아이에게 또 어떤 올가미를 씨워서 구속하거나 틀에 가둘수없다는것이었고 나역시 그걸  너무도 잘알기때문에 와이프 말을 따르기로했다. 하지만 큰딸은 밤늦게까지 무얼하는지 올때마다 피곤에 찌든 얼굴로 점장 이란놈이 자기를 괴롭힌다고 심하게 불평하며 피곤해서 공부가 제대로 안된다고 하는데 그런 딸의 말을 듣는 와이프가 마음이 아픈지 딸아이의 등을 두드리며

안타까워했다. 큰딸아이는 아빠인 내가 자기를 심하게 나무랐던게 기분이 나빳는지 집에 들어와도 나를 보거나 내방에 결코 들어오는일이없었다. 막내 아들은 그런대로 운동에 소질이있어 수영이나 농구를 정말 잘하고 성격또한 매우 활발하거니와 예의도 바르니 이런 아들의 행실에  질투가 난 아파트 주민들은 행여 놀이터나 공원에서 나를 보면 애써 못본체 하는데 내가 이웃 주민으로써 아는체 하는게 무안할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럴때마다 난 어이가 없어서 그들에게 당신네들 자식들 교육 잘시키라고 혼자 비웃는듯 큰소리쳤다.

문제는 어머니이다. 큰아이가 중학교 3학년 졸업때까지 우리랑 함깨 사시다가 고부간 갈등이 고조될 즈음 당신 스스로 홀로 나가

사시겟다며 집 근처 반치하 원룸을 얻어나가셨는데 요즘 부쩍 외로우신지 집에있는 나에게 수시로 안부 전화를 하신다. 예전에 큰집에서 온가족이 함깨 살때엔 상당히 좋았다가 나의 사업이 잘못된 바람에 작은 집으로 쫒겨가듯 이사한후 고부간의 갈등이 시작된게

원인이라면 원인이고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며느리 눈치나 보면서 기죽어 사는꼴을 보시는것도 고역이었을 것이고 손주들 재롱을

보며 사시다가 와이프와의 잦은 트러블로 한집에 사는게 불편하기도하고 무엇보다도 아들이 가운데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꼴을 보노라니 차라리 홀로 떨어져 사시는게 낳을것 같다는 판단에 나가신 것이었다. 그러나 나이가 80이 다되어가시니 손주들 자라는모습을 보며 가족과 함께 외롭지않게 여생을 보내고싶은 마음이라 다시 집으로 돌아오고 싶어하는 눈치이시다.

특히 어머니가 견딜수없는것은 외로움인데 그 외로움을 이겨내 보시겟다고 아파트 노인당에 가셔서 노인들과 고스톱을 치거나 TV를 

보신후 쓸쓸히 아무도없는 집에 가셔서 집안에 홀로 덩그러니 있을려니 밀려오는 외로움을 어느누가 해소해 줄수있겟는가.

그래서 그 외로움이 심하시면 나게에 전화해서 나를 걱정해주신다. 그나마 다행인게있다면 가끔 복지관의 자원 봉사자들이 어머니가 홀로 사시는지를 어떻게 알았는지 쌀이나 빵같은것을 1주일에 한번씩 갔다주었고 이럴때마다 어머니는 와이프를 불러서 빵이나 쌀을 가지고 가라고하셨다. 노인이라 별로 많은 쌀이 필요하지않았고 빵은 드시질 않았으며 노인당에서 주로 끼니를 해결했기 때문이다.

어느날 큰딸이 용인에서 서울까지 광역버스로 학교에 다니기가 힘들다며 서울에 원룸이나 오피스텔을 구해달라고 와이프에게 요구했다. 대학교 기숙사를 신청했지만 경기도권이라 학교에서 배정이 어렵다고 하는데 이런 사정을 아는 와이프가 서울의 적당한 장소에 싼 오피스텔을 구할듯 여기 저기 인터넷을 검색하며 알아보는데 내가 어떤 도움도 되지못해 답답하다. 사실 지금 내가 하고있는일도 사정이 어렵고 앞으로도 더 어려워질것같음에 전전긍긍인데 이런 사정을 와이프에게 말할수없다. 더구나 마침 거래처에 납품한 물품이

불량이 난 관계로 그 물품으로 생산된 불량제품을 전량 변상해줄것을 요구하여 난감한 상황이다. 손해배상액도 일 이백이면 간단하겟지만 수억이라 도무지 감당이 안된다. 일이 다른곳에서라도 잘되면 그나마 그곳에서 손실분을 보존하면 될텐데 그것도 여의치않고 오히려 거래처마저 하나둘 떨어져나가는 형편이다보니 답답하다. 와이프에게 이런 사정을 절대로 말못하고 매사 웃을수밖에없고 고작해야 길건너 버스 정류장 벤치나 양지바른곳 계단에 앉아 그 답답함과 괴로움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해소하는데 이런 아빠의

고통따위는 전혀 개의치않고 그깟 숙소 하나로 고생하는 와이프에게 큰 근심을 주는 큰딸이 미워서 건강한 학생이라면 아침일찍 일어나 학교까지 걸어가면 될일이지 쓸대없이 돈을 낭비하냐고 오히려 크게 화를냈다. 사실 내가 어릴적엔 20리 시골길도 쉽게 걸어 다니곤했다. 더구나 둘째와 셋째의 교육을 위해 필요한 돈이 많을진대 와이프에게도 절대로 오피스텔은 안된다며 단호하게 말했다. 사실 집안의 가장으로써 아이들의 교육투자에 아낌이 없어야하고 그걸 뒷바침할 경제적 능력이 있어야하지만 그렇게 하지못함이 본인 스스로 괴롭기 짝이없다. 요즘 저녁 늦게까지 잠들지못하고 이불을 뒤척이는 날이 점점 많아지며 불확실한 미래나 점점 늙어가는 모습을 볼때 걱정스럽기 그지없지만 와이프와 각방 쓰는날이 오래되어서 와이프의 한심스러운 눈치를 보지않아좋다.

아침이 되면 어쩌다 등교길에 둘째딸이나 아들이 손을 벌리고 와이프에게 필요한 돈을 달라고할때 호주머니에 현금이 삼 사만원 정도가 항상있어야하고 직장에서 일을 하고있다보면 갑자기 큰딸이 친구들과 점심을 먹거나 책을 사야되니 급한 돈이 필요하다며 오만원 십만원씩 보내달라 할때 즉시 보내줄 일정액의 잔고가 항상 와이프 통장에 있어야한다. 나도 가끔 필요한 돈이 있어 와이프에게 돈을 달라는 소리를 해야겟는데 좀체 주지를 않아서 말도 꺼내지못할뿐더러 동네 지인들과 흔하디 흔한 소주한병도 사먹지 못하니 나역시 상당한 불편이 아닐수없다.

와이프는 아이들에겐 좋은 음식을 먹어야하는 강박관념이 있는지 혹은 어릴적 먹지못한 트라우마가 있는지 매일 근처 마트에서 아이들을 먹일 고기나 우유 기타 필요한 장을 보면서도 내가 좋아하는 소주한병 사주지 않는다. 하긴 무더위에 아이스크림 하다도 아까워 못사먹는 와이프에게 뻔뻔하게 소주 한병 사달라는 말을 하는 내가 어이가 없을거다. 소주한병 담배 한개피 맘대로 사먹지도 피우지도못한 내가 낙심하여 허송 세월을 보내고있는데 업친데 겹친격 이라고나할까 어머니가 노인당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쌀이 없어지거나 김치가 없어지고 심지어 라면까지 끓어먹는지 라면도 없어진다고 걱정스러운듯 와이프에게 전화를 하시는데 옆에서 듣는 나로썬 이것도 참기 힘든 고역이었다.

와이프에게 무능한 남편 하나있는것도 고통스러울텐데 어머니까지 치매증상이 있으니 나의 입장이 난처한 정도를떠나 크나큰 고통으로 다가왔다. 이런 어머니가 상당히 걱정이되어서 직접 어머니집에 간후 사실을 확인해 보았으나 결코 쌀이나 김치같은게 없어지지 않았다.

어머니에게 이집은 문을 절대로 열수없는 도어락 번호키로 그 비밀번호를 모르면 누구도 열지못하며 그 비밀번호는 어머니와 나 그리고 며느리밖에 모르니 그럴일이 절대로 있을수없는일이라고 아무리 말씀드려도 내말을 믿지않으셨다. 이런 사실을 와이프에게 말하고

어머니가 혹시 치매가 오신것 같으니 병원에 모시고가서 진찰한번 받아보는게 좋겟다고 했다. 그러나 와이프는 나를 보고 정말 걱정이라며 왜 쓸때없이 어머니를 찾아가서 필요없는 말을 하여 어머니를 걱정시키냐고 오히려 나에게 역정인데 놀랍게도 제발 어머니에게 찾아 가지도말고 그냥 집에만 있으라고 나에게 큰소리쳤다. 하지만 아무리 내가 문제가 있다해도 자식으로써 어머니에게 찾아가지말라는 와이프말에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왜 니가 이래저래 간섭하냐고 정말 오랜만에 손바닥을 식탁에 세차게 두드리며 큰소리치고

싶었다.제대로 효도한번 하지못한 아들이 어머니를 찾는데 그걸 못하게 하는 와이프가 좀체 이해할수없었고 며느리로써 시어머니를 대하는 자세가 틀려먹었다는 생각이지만 와이프에게 직접적으로 심한말을 하자니 밥이나 편한잠을 잘수있을까하는 후환이 두려워 

선뜻 하지못하고 거리에 우뚝 서있는 전봇대를 향해 누가 보든말든 신경쓰지않고 거칠게 그 답답함을 토로하였다.

자식으로써 홀로 계신 어머니가 걱정이되어 수시로 전화를 해서 오늘은 없어진것이 없는지 혹 도둑은 들지않았는지 와이프의 부탁을 무시하고 몰래 확인을 하였고 그럴때마다 어머니는 오늘은 괜찮다며 굳이 어머니에게 올 필요가없으니 걱정말고 집에있으라고 다독거려주셨다.

어느날 도무지 어머니 걱정에 집에 편히 앉아있을수가 없어서 집에 있으라는 와이프의 간곡한 부탁도 무시하고 어머니 집앞으로 간후 그 도둑이 정말로 있는지 확인해보기로했다. 조용히 누가 눈치 채지못하게 어머니 집앞 골목길에 앉아 어머니가 사시는 다가구 주택입구를 주시해보기로하고 약 2시간정도 앉아있었지만 어느누구도 쌀이나 김치를 들고 입구를 나오지 않았다. 그 결과가 당연하다는 생각에 하늘을 보고 안심한듯 한숨을 푹쉬고 어머니 방으로 들어가자 휭하니 아무도없지만 어질어진 이불과 방금까지 화투를 만지셨는지 화투가 모포위에 널부러져있고 약봉지가 바닥에 떨어져있었다. 아마 어머니는 노인당에 가셨으리라고 생각되었다. 두시간 동안 밖에서 있지도않은 도둑을 잡겟다고 서성거리다보니 배가 고파 찬장에 있는 라면을 자연스레 꺼낸후 냄비에 넣어 끓이고 냉장고속에서 김치를 꺼냈다. 어머니가 만든 김치는 어찌나 맛있는지 약간 쉰냄새가 있음에도 라면과 먹으면 하늘을 날아갈듯 행복했다. 이런 김치를 집으로 가져가서 먹으면 와이프도 좋고 애들도 좋아할것같아 씽크대 서랍에있는 비닐팩에 약간의 김치를 빼넣은후 어차피 어머니가 먹지못해 와이프에게줄 쌀 한포대를 들고 밖으로 나오는데 어머니와 와이프가 밖에서 수심에 가득찬 얼굴로 나를보고 서있는게

보였다. 내가 반갑게 어머니와 와이프에게 다가서자 어디서 나타났는지 건장한 두사람이 느닷없이 나를 거뜬히 들고 하얀 봉고차에

인정사정없이 집어 넣은후 문을 쾅닫고 시끄러운 사이렌을 울리며 어디론가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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