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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대리기사의 눈

by 김대머리 2016. 11. 15.

찬바람이 얼굴을 찢을듯하여도 신호대기중인 옆차선의 어떤놈은 창문을 열고 라디오를 듣는다. 보란듯이 자기는 건강하고 이런 추위쯤이야 아무것도 아니니 창문을 열고 운행을 해도 아무렇지않다는 자랑질이다. 또 이런놈도 보았다. 강남에서 고속도로로 빠지는 길은 언제나 막혀서 짜증인데 어떤 미친 놈이 쿠바산 시거를 피우며 창문밖으로 톡톡 재를 떨쳐가며 운전한다. 이놈도 마치 자신이 무슨 영화배우인양 개폼을 잡고 운전중인데 남들보기에 자신이 멋있게 보인다고 착각을 하는모양이다. 팔뚝에 알수없는 글을 그려넣거나 일본 야쿠자 꼬붕들이 그려넣었을 기괴한 문신을한 팔을 운전석 창문에 걸터놓고 거들먹거리며 운전을 하는데 자기가 가고자하는 길을 막거나 방해하면 문신이 가만두지않을거라는 또라이도 있다.

어떤 헬스클럽에서 한 3-4개월 벤츠 프레스좀 들었는지 약간 두꺼운 팔뚝과 벌어진 어깨가 마치 아놀드 슈왈제네거처럼 되는양 기세등등 런닝구같은 옷을입고 추운 밤거리를 활보하는 어중이 떠중이도 보인다.

하나도 어울릴것 같지않은 모양새로 고급차를 타고 고작 기름은 한칸정도 주입하고 거들먹거리는데 호주머니엔 겨우 돈 몇천원정도 있을 모양새다. 하지만 이런 사정을 세상 사람들이 모를것이니 행여 지나가다 예쁜 여자가 운전하는 차를보면 신호대기중일때 득달같이 옆차선에 붙어 창문을 자연스러운듯 열며 나 여기있으니 관심좀 가져주라며 추파를 보이기도 하는데 그녀는 좀체 관심도없고 눈길한번주지 않는다.

어쩌다 친구들을 만나 술한잔한후 그놈의 호기에 기꺼이 계산을 했지만 헤어진후 만만치않는 금액에 후회가 밀려와 먹먹하다.

어느직장 생산직이거나 혹은 여공이거나 혹은 서빙을 하거나 아니면 집안에서 이것저것 청소다 음식을 만든다 김치 한쪼가리도 아까워 버리지못하는 와이프를 생각하니 아련하고 그 돈이면 어린 자식들 좋은 음식 먹일수있을텐데 내가 무슨 뻘짓을했냐며 가슴을 치며 자신의 멍청함을 토로하기도한다. 또 이런놈도있다. 행색은 분명 별볼일없는 회사에서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을놈같은데 강남고급술집에서 기어나와 거들먹거리며 대리비가 왜 그리 비싸냐고 불평이다. 대리비를 나에게 말해봐야 아무필요가 없다는것을 이놈은 모른단말인가?

그닥 좋지도않고 오래된 자기차가 좋다고 목적지 도착할때까지 자랑질을 하는 사람도있고 그동안 대리운전하면서 무슨차가 제일좋고 제일 비싼차가 무었인지 쓸때없는 질문을 해대는 젊은 친구도 있으며 점잔게 아무소리없이 목적지까지 가신분도있었다. 사실 이런분이 제일 편하고 좋다. 제일 가관이거나 낭패스러운것은 완전히 취한 취객으로 운행도중 내려달라거나 목적지와 다르게 간다고 고함치든지 욕을하는 취객이고 목적지 도착후 돈이없다며 주지않는 취객들이다. 세상은 천차만별 각양각색임을 가장 잘 느낄수있기도하고

행색은 교수요 사장같아도 행동은 동물이나 무학자 무경우로 행동하고 행색은 남루하고 배운것없는 사람처럼 보여도 고결하고 단아하며 품격있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내가 하는일마다 잘될것같다. 여기저기 대출을 받고 이것저것 해보지만 잘될일이없다. 수천만원 돈버는것은 무척 힘들고 고달퍼도

쓰는것은 한순간이다. 마치 거품처럼 부풀었다가 순식간에 사라져버린다. 이것저것 해보겟다고할때는 좋았다. 자신은 마이다스같은 손이라 절대로 실패할수없다는 믿음이 하늘을 찌르기에 기세등등 손을대보았만 알고보니 썩은 손이였다.

늦은 밤이면 이불을 둘러쓰고 한숨을 푹내쉰후 어떻게 살아야할지 벌려놓은 일을 어떻게 수습해야할지 도무지 답이 안나옴에 괴롭기만하다. 그래서 망상에 빠지기시작한다. 로또 하나면 모든게 해결될테이니 단군 할아버지가 사셔도 지금쯤 당첨되었을지 모를 로또만 줄기차게 산다며 조수석에 앉아 허탈하게 웃는다. 운전하는 나도 웃는다.

그래서 난 창피하다. 내가 저랬으니까. 저사람들을 보면 한때 나의 모습이 보이고 그때 주변사람들이 얼마나 비웃었을까하는 창피함에 헛 웃음이 나올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어느날 이렇게 허세나 가식에 찌들어 살다간 온 가족들 굶겨죽이겟다는 생각에 정신이 퍼뜩들어 대리기사를 하는데 술취한 고객들의 취중진담을 들으며 나의 지나간 삶이 보여 놀란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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