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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가 사는 세상
와이프

마트에서 이혼을 생각하다.

by 김대머리 2016. 10. 12.

 

 

부부가 이혼하는게 꼭 큰일로 하는것은 결코 아니다.

아주 사소한것에서 출발해서 점점 비약되고 서로 돌아오지못할 강을 넘으면 이혼하게된다.

나는 집에서 쉴테니 혼자 가라고해도 꼭 함께가야한다며 굳이 나를 데리고 대형마트를간다.

함께 가자는 와이프의 요구를 끝까지 안간다고 우길걸 하는 후회가 막심이지만 마트에 가지않고서 닦칠 후환이 두려워 결국 마트에 함께왔다.

차를 주차후 마트에 들어가 1층 의류매장에서 서성대더니 거의 30분째다. 1번코너 3번코너 또 1번코너.

매대안의 옷이란 옷은 다 헤집고 겨우 아들 바지하나 골랐다가 다시 내려놓고 저쪽 매대에 더 싼것이 있는지 쪼르르 간후 다시 옷을 고르고 다시 내려놓고 이리갔다 저리갔다. 결국 아들옷은 맘에든것이 없다며 사지않았다.

옷을 고른 시간이 아깝고 기다린 시간이 아까워 골랐으면 하나 사지 왜 안사냐고 했더니 싸서 좋긴한데 맘에 안든다한다.

이런 젠장 그럼 머할라고 여지껏 골랐냐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인파들이 많아서 악 쓸수가없었다. 그나마 그 시간이 아깝지않을 수확이라면 그렇게 헤매다가 결국 딸아이 양말 서너켤래 산게 고작이다. 지하 1층으로 에스컬레이터를타고서 와이프는 뒤도안돌아보고 바삐 내려가는데 내가 카트를 밀고 쫒아가기가 버겁다.

겨우겨우 힘들게 쫒아가 여기 저기 사방대를 휘젓고다니는 와이프를 따라 다니는데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파 코너쪽에 카트를 세워놓고 우두커니 서있으니 나같은 부류들이 서너명 더 있었지만 서로 눈마주치기가 뻘줌하여 진열상품만 처다보는데 점점 화가 치밀어 오른다. 와이프는 이곳저곳에서 부지런히 양파 마늘 굴비 잘도 들고온다.

정육코너에서 한우를 한팩을 들고와서

"비싼것같은데 우리 오랜만에 한우갈비한번 먹어보게 살까?" 해서 말하기도 귀찮고 사지말라하면 돈아껴서 머할거냐고 거품물고 지랄할것같아서

"사라" 했더니

"비싸잖아 안사"

먼 시추에이션이냐. 그럼 머할라고 나에게 물어보나.

카트가 충분히 찰 만큼차고 더이상 살것도없는것같아 그만 집으로 가자고했는데도 듣는둥 마는둥 돌고 돈다.

좀체 이해를 못하겟다. 왜 같은자리를 돌고돌까?

기다리는것도 힘들고 인내심의 한계가 머리끝까지 오를즈음 무거운 카트를 애써 끌고가 만두를 고르는 와이프에게 남들이 들리지않게 버력화를냈다. 만두 한봉지 고르는데 5분도 넘게 걸릴 일이며 쫒아다니고 기다리는데 짜증나니 그만좀하고 집으로 가자고했다.

이말을 듣던 자기도 열받았는지 무거운 카트를 휙 뺏았고 쭉쭉 다른쪽으로 가버린다. 순간적으로 내가 비참하게되었다.

익숙한 카트가 손에 없으니 도대채 내가 머를 해야할지 모를정도로 혼돈이 순간적으로 왔다. 주변에 카트를 끌고 자기 와이프 궁뎅이를 영혼없이 이리저리 졸졸졸 따라다니는 남자들이 멀뚱멀뚱 화내고있는 나를 이상하게 처다보며 지나가고 여자들은 혀를 끌끌차며 이런 상황을 이해나 하는듯 목을 치켜세우고 가진것이라곤 못난 고구마하나에 밤톨 두쪽인 네깟놈이 꼴값떤다며 보란듯이 지나갔다. 이런 급작스런 상황에 화가 머리끝까지나 목구멍에서 바로 이혼하자고 외치고싶었지만 와이프는 번개처럼 카트를 끌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마음을 진정시키고서 이내 와이프와 카트를 빨리 찾아야했기에 나역시 바삐 여기저기 와이프가 있을만한 자리를 찾아 빙빙 도는데 젓갈코너에서 젓갈을 시식하며 그걸 살까말까 고민중인 와이프가 보여 곧장 곁으로 바쁜걸음으로 건너갔다.

조용히 카트를 잡고 와이프뒤에 서있으니 이상하게도 아까의 조급한

마음이 조금 안정되는데 어린아이가 엄마 젖을 물고 편하게 있는모습과 흡사하다. 와이프는 제까짓놈이 내 궁댕이나 쫒아 따라다니면 좋은 음식을 사서 집에 들어가 맛있게 요리해서 먹여줄텐데 꼴깞떨고 자빠졌네라는 얼굴로 한심한듯 나를 보았다.

이런 그녀의 속마음을 알기에 와이프 엉덩이를 바라보며 졸졸졸 따라가는 내내 화가 가라앉지않고 자동차 속에서라도 한소리 할려고 벼르고 벼렸다.

이윽고 계산대 다다르고 내가 카트속 물건을 하나하나 빼내는데 마음속 울화통이 기분나쁘게도 점점 수그러지고있음이 이상하다.

내가 좋아하는 캔맥주와 마른 오징어포가 나왔고 특히 어머니가 좋아하는 오리고기 팩까지 나오니 오히려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더욱 더 기분이 좋아졌던것은 어디서 구했는지 십만원권 상품권 2장으로 계산을하고 고작 내카드 3만 몆천원 추가로 냈을뿐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이혼이라는 단어가 마트안에서 내내 떠 올랐지만 참기로 햇다.

고작 마트에서 이혼생각을 한다는것도 좀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기때문이기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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