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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로또가 답이여

by 김대머리 2016. 7. 26.

로또를 사는사람들을보면 도대체 이해할수없다고 정씨가 나를보고 거품물고 말했다.확률도 확률이지만 행운이나 요행은 애초에 없으

며 혹여 있다면 그건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에게나 있는것이지 아무에게나 찾아오는게 아니라고했다.

자신은 새벽6시에 기상한후 저녁 7시까지 쉴새없이 일을하고있으며 반드시 결실이 돌아오기에 행복하다고 자기 입술밑 턱에 붉은

김치 국물자국이 선명하게 묻어있는것을 모르는지 으쓱거리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하긴 800만분의1의 확률이니 나도 정씨말이 틀렸다고 생각하지않지만 그렇다고 로또를 사는사람들이 게으르고 요행이나 바라는

사람들이 아니라고 정씨에게 왜 해야되는지 모를 설명을 했다.

1주일에 만원씩  매주 월요일 로또를 사는 나는 그 로또때문에 오는 1주일의 행복과 기대는 정씨가 노력으로 얻는 행복못지않다고

느끼기에 돈 만원이 결코 아깝다고 생각하지않는다.

이번주 로또추첨도 역시나 하나도 당첨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5등도 안되었다는 소리고 고작 한두개 듬성듬성 맞는 숫자가 보일뿐이

었다. 하지만 결코 실망하지않는다.

매주 로또상점내 의자에앉아 패턴에 숫자를 집어넣는게 귀찮아서 아예 정해진 숫자를  정해두고서 두장씩 구매한지 수년이고 3년전

이맘때쯤 4등담첨이 최고 기록이다.

아들녀석의 알러지비염 증세가 심하여 오전에 병원에 데려다줄수밖에없어 저녁일과를 마치고 퇴근후 로또상점에 들러 사기로했다.

회사일을 마치고 동네 로또상점으로 들어가는데 낮익은 뒤통수가 보였다.

흙묻은 운동화에 찢어진 밤색 면바지 그리고 허름한 티셔츠를입었으나 모자만큼은 깨끗하게썼던 정씨가 모서리끝에서 검정 컴퓨터

사인펜으로 정성스레 자신만의 패턴을 그리고있었다.

자신만의 패턴에 검정 색칠을 조심스레 하고있는 정씨의 총총한 두눈은 일에 찌들어 충혈된 두눈이 아니었고 희망이 꽉차있었다.

로또의 행운은 열심히 일한사람에게 돌아간다는 정씨 자신의 신념을 믿기에 아마 자신에게도 그런 행운이 올거라고 생각하는듯다.

굳이 정씨를불러 아는체 할 필요없어서 조용히 상점주인에게 만원을 건네주고 최소 20억짜리 공수표 두장을받아 조용히 상점을

나왔다.

길건너 집으로가는 횡단보도앞 신호등이 파랑색으로 변하기를기다리는 아주 잠시동안에도 의외의 외제고급 자동차나 고물로 가득찬

1톤트럭이나 허리가 구부정한 할아버지가 로또상점으로 총총히 들어가는 우리네 이웃의 모습들을 볼수있었다.

신호가 바뀌어 집으로 향하는데 저들과 내가 하나도 다를게없고 모두다 불가능한 행운을 1주일동안 기다린다는것이 참으로 우습기도

하다.

문득 매일보는 직장동료의 말이 생각난다. 

"우리한테는말이여 로또가 답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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